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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사찰음식 야생차

by 바람사랑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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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백 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천 년된 차나무와 사귐을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 년 야생 차나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른 봄에 정성스럽게 만든 아포차와 보이차를 우립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천연 원시림 새벽의 맑은 공기, 숲내음. 옹달샘의 신선하고 달콤한 향을 음미하며 천 년 차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봅니다.

 

맑은 샘물처럼

 

산세 수려하고 골이 깊은 곳에 절터를 잡았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펑펑 솟아나 맑게 흐른다. 감로수 같은 물의 은덕을 스님과 신도들은 물론 오가는 사람들까지 고루 나눈다. 흐르는 물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려고 절 안으로 물길을 끌어왔다.

 

끌어온 물을 한 곳에 고이게 하면 자연스럽게 넘쳐흐른다. 큰 돌을 넓게 파서 물을 받아 사용하도록 한 돌구유를 석조(石槽)라고 한다. 석조에 물을 받으면 좋은 점이 또 있다.

 

흐름이 멈추면 물 안의 잔모래는 바닥에 가라앉아 물이 더 맑아진다. 그래서 석조를 2, 3단으로 하여서 한 곳에서 넘친 물이 다음 석조에 또 모이게 함으로써 불순물을 걸러낸다.

 

절의 석조는 채소를 씻기도 하고 그릇을 설거지하기도 하는 것은 물론 혹시 절에 불이라도 나게 되면 소방수 역할을 하기도 하는 꼭 필요한 살림살이다.

 

아직 이슬이 마르기도 전인 이른 아침 차나무의 어린 새싹을 일일이 한 잎 씩 딴다. 전통적인 한국의 차 제조법은 아홉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九蒸九曝). 첫 번 덖을 때와 마지막 9번째 덖는 일은 특히 차의 향을 좌우한다.

 

지나치게 볶으면 쇳내가 나고 덜 볶이면 풋내가 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얻은 차 잎은 손이 간 정성에 비하면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역사 깊은 절 뒷산에는 차나무가 많다. 오래전 스님들이 씨앗을 뿌려 길러낸 것들 이다. 세월이

흘러 야생화 되었지만 매년 봄이면 싱그러운 새싹을 아낌없이 피어낸다.

 

차나무는 하늘로 한 뼘을 자라면 땅 밑으로 뿌리도 한 뼘을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차나무는 위로는 광합성으로 태양의 에너지를 품고, 아래로는 한 때는 바다였다가 산이 된 수억 년 지구의 노래를 농축하여 찻잎으로 피워냅니다. 백년 된 차나무는 백년의 시간만큼, 천년 된 차나무는 천년의 세월만큼.